천사 조나단 과거에 ‘천사 조나단’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는 흔히 천사의 모습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날개가 달린 천사가 아니었으며, (때로는 미지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스스로 기적을 행하는 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튼 그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진짜 천사였다. 우리는 젊거나 혹은 아기의 .. 사는 이야기 2011.01.06
출근길_쪽달(조각달) 오늘은 음력 섣달 스무 나흗날 아침 여섯 시 15분 집을 나섰다. 동남쪽 하늘에 떠있는 쪽달, 좌측이 볼록한 하현달이다. 상현달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넘어 지났나 보다. 며칠 동안 흐려서인지, 아니면 오늘 새벽녘 하늘이 유난히 맑아서인지 오늘 달은 유난히 돋보였다. 하현달은 새벽에 .. 사는 이야기 2010.12.29
퇴근길(반달) 12/14 어제 저녁 퇴근길 남서쪽 하늘엔 예쁜 반달이 떠 있었다. 아래쪽이 불룩한 상현달이었다. 동양화에 여백이 반드시 필요하듯 우리네 정서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어야 제 맛이 나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둥글고 알이 꽉 찬 보름달 보다, 나는 상현달을 오히려 더 좋아한다. 상현달은 일주일 후에는 보름달.. 사는 이야기 2010.12.22
모나리자 모나리자. 보일 듯 말듯 살며시 피어나는 그 미소 난 이미 그대의 노예다. 그대가 나를 첨 바라본 순간부터 그대가 외면하는 지금에도 난 여전히 그대의 노예다. 그대에게서부터 벗어나고자 밤마다 몸부림쳤지만 나의 머리는 그대에 의해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을, 나의 설레임을 이기지 못하였다. 오히.. 사는 이야기 2010.12.22
우중산행 9/13 지난 일요일 지방엔 오후까지 비가 오겠지만 서울엔 아침에 갠다고 하여, 산에 오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여전히 비는 내리고... 다행히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그쳤다. 내가 뻔질나게 오르는 우리집 뒷산인 삼각산. 막상 산을 오르려 하자 다시 비가 내린다. 이건 이슬비이긴 한데 제법 입자가 굵은.. 사는 이야기 2010.12.22
출근길 10/26 날씨가 춥다. 아침 출근길에 어제 입은 얇은 가운을 입고 나온 터였다. 두꺼운 외투를 입기 위해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를 한참 고민하다, ‘좀 참자’ 결심하고는 그냥 나왔다. 그러고는 한참 뒤 후회했다. “에이, 옷 갈아 입고 나올걸.” ‘내일은 정말 두꺼운 옷을 입어야겠다.’ 여름이 지난 지 오래.. 사는 이야기 2010.12.22
내가 사랑하는 산 11/4 나는 산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이 전과 같지는 않다. 남녀간의 사랑이 변하듯 산에 대한 내 사랑의 성격도 바뀌었다. 과거엔 산을, 내 몸을 단련시키는 대상으로 생각했다. 목 까지 차오르는 숨결을 느껴야만 그 산에 대해서 만족하곤 했었다. 정상에 올라야만 그 산을 정복했었노라고 했다. 지금.. 사는 이야기 2010.12.22
야간 산행(영봉) 11/8 지난 금요일 성곤이와 밤 11시가 넘어, 늦게 산에 올랐다. 첨엔 백운대에 올라갈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시간인 지라 산행시간을 고려해서 영봉으로 올랐다. 하루재 오르는 길까지는 바람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는데, 하루재에 오르니 여기서부터는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 사는 이야기 2010.12.22
내 약혼녀 이야기 11/26 내겐 가을이라는 이름의 일곱 살짜리 약혼녀가 있다. 바로 아들의 어린이 집 친구이다. 지난 봄 어린이 집 텃밭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내가 “가을아 단풍잎(단풍잎은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내 별칭)이랑 결혼할래” 라며 ‘프로포즈’를 했었다. 그 때 가을인 “음... 사는 이야기 2010.12.22
출근길 12/7 전철문이 열린다. 문 너머로 '신사역'이라는 역명표기가 보인다. 한 참 뒤 전철문이 닫힌다. 전철문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참, 여기가 내가 내릴 역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리기엔 이미 늦었다. 조금전 나는 옥수역에서 압구정역으로 향하는 철로를 타고 동호대교를 건넜을 것이.. 사는 이야기 201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