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섣달 스무 나흗날
아침 여섯 시 15분 집을 나섰다. 동남쪽 하늘에 떠있는 쪽달, 좌측이 볼록한 하현달이다.
상현달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넘어 지났나 보다.
며칠 동안 흐려서인지, 아니면 오늘 새벽녘 하늘이 유난히 맑아서인지 오늘 달은 유난히 돋보였다.
하현달은 새벽에 떠서 오후에 진다. 어두운 새벽녘 일찍 깨어 밖에 나와보지 않는 사람들은 보기 어려운 달.
낮 동안에도 하늘에 떠 있지만, 눈부신 햇살에 가려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존재도 그 존재함으로 인해 일년에 두어 번은 사람들에게 천계의 놀라움을 보여준다.
바로 그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지존인 태양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현상이 불길한 징조로 받아 들여져 사람들이 공포에 떨곤 했었다 한다. 낮 하늘에 뜬 달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화가 났던 것일까?
아니면, 남의 인식과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존재하고 있다가 의도하지 않게 우연히 태양을 가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잊고 있던 달의 존재를 너무 극단적으로 자각하게 되어 과민반응을 한 것인가?
암튼 우리는 월식으로 인해 낮 하늘 달의 존재를 인식했을 것이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월식의 관찰이 지동설을 낳은 모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달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 인해 우주에 대한 인간의 꿈을 현실화 시키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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