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중국여행 -쌍꺼초원, 가하이후

아르쎄 2017. 7. 16. 14:26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팠다.
어제는 단순히 굽이굽이 길을 돌아가다보니 멀미를 했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사가 하는 말이 이미 해발 2500미터란다. 어쩐지 날씨가 란조우 하고는 판이 다르게 시원했고 사람들 차림새또한 달랐다.
고도가 비슷한 인도 다즐링에서도 약간의 피곤함을 느꼈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심한 듯 했다. 그 사이 나이를 먹어서인가?

.

조식을 하고 인천공항에서 사온 약을 먹었다. 약이 나의 컨디션을 곧 살려줄 것을 기대하며.

9시경 호텔을 나섰는데, 기사는 절 주차장에 다시 차를 댔다. 어제 못다본 절을 구경하라는 것이다.
나는 절 경내를 보는데 관심이 없었기에 어제 승려가 보였던 절 맞은 편 언덕에 올랐다.


높지 않은 구릉을 오르는데 확실히 고산병임을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이 두근댔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곳에서 절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이 모두 들어왔다. 장족인 듯한 부자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제 아비를 부렀는데, 우리와 똑 같이 "아빠"라고 했다. 한족들은 보통 "빠바"라고 부른다.
나보다 한참 어린듯한 아빠와 그의 아이들이 함께 구릉을 오르며 떠드는 모습이 정답다.

산을 내려오자 주차장 건너편에서 새깨 돼지들이 세상모르게 뛰어다니고 있다.


절을 떠나서 한동안 차를 달리니 제법 넓은 습지가 나오고 풀을 뜯는 말들의 모습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그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편으로는 드넓은 유채밭이 펼쳐져 있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차를 몰았다. 출발한지 오래지 않아 넓은 초원지대가 나타났다
구름이 조금 짙어지는 듣하더니 비가 내렸다.
고원지대 초원의 비는 심하게 쏟아지지 않는다. 옷을 겨우 적실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대지를 적신다.

나무가 없는 정말 넓은 초지에 장족 유목민의 거주지인 천막이 여기저기 보이고 말들이 메여져 있었다.
집주변과 산꼭데기에서는 타르쵸가 나부낀다.
쌍커차오옌(상과초원)이다.


멀리서부터 이쪽으로 말을 타고 오는 장족의 남자들이 보였다.
이질적인 복장과 그 상황이 만드는 실루엣이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물론 내 연상이란게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준 인위적인 것이긴 하겠지만....


한 장족의 거주지에 잠시 들렀다.
젊은 장족의 아낙이 맞이했다. 사실 맞이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인기척을 듣고 나와 표정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입가엔 좀전에 있었을 식사의 흔적이 적잖이 묻어 있었다.


말을 타고 싶다고 했다.
비를 맞으며 오래 탈수는 없었기에 잠깐만 타고 싶다고 했고
20분에 40위안에 합의를 했다.


사실 말을 달리고 싶었는데 그 장족의 아낙이 말고삐를 잡고 앞서 걷기에
그녀의 운전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스스로 달리진 못햇지만
이번 여행중의 최고의 장면을 꼽는 다면 난 단연 이장면을 꼽고 싶다.

말위에 올라타니 드넓은 주변의 초원과 풀을 뜯는 양떼들이 보이고,
내 앞에선 말고삐를 잡고 앞장서는 장족아낙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미리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사진으로는 그 감흥이 제대로 담겨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말을 타는 동안 짧은 중국어로 그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한국인은 처음이라는 것과 혼자 여행왔냐는 둥, 저기 양떼들은 자기 숙부 것이라는 것 등.
나는 내 가족들과 여기서 머물 수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괜찮다고 했다.
모기가 없냐고 했더니 있다고 했고, 내가 모기가 무섭다고 하니 그녀는 '니네가 여기와서 음식이 맞지않아 배탈나는 것이 더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넓은 초원의 작은 일부를 걸었지만 아주 상쾌했고 세속의 잡념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었다. 


장족 거주지를 빠져 나오는 입구에 장족민속촌이 있었다. 장족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옷과 진짜 짐승의 털가죽들을 팔고 있었다. 선물로 몇개 살까하다가 포기했다.


차를 달렸다.
높은 산도 있었고 개천도 있었지만 모두가 초원이었다. 정말 끝도 없는 초원이 계속되었다.
간혹 양떼들, 소떼들이 길을 걷넜다. 경적을 울려댔지만 그네들은 마치 그 길이 자기네 것인 양 들은체 하지 않았다.
먼 산위에서도 하얀 양떼들이 보였다. 흐린날에 검푸르게 보이는 녹지에 수를 헤아리기 힘들도록 하얀 점점이 보이는 것이 생뚱맞게 구더기 떼를 연상시켰다.

종류도 다양한 양떼, 염소떼, 소떼, 말떼
그리고 그들을 쫓는 양몰이 개들-그들도 영어로는 세퍼드로 불러야 마땅할텐데 우리가 아는 세퍼드 종은 아니었다. 그냥 동네에서 뛰어다니는 바둑이 정도...




한 호수에 들렀다.(가하이후, 가하이밍주)
운전사는 호수에 다녀오라고 한다. 그는 아마 내가 유명한 관광지를 찍고 다닐 수 있게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웬만한 사람모이는 곳은 다 피하려고 하니 자신이 가진 의무감에 위배되어 난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기사도 쉬게할겸 호수를 산책하기로 했다. 방풍복을 입었지만 손이 시릴만큼 바람이 쌀쌀했다.
입장료가 100위안이란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점점 느껴지는 고산병이, 맑은 공기를 쐬면 좀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표를 끊었다.
매표소와 호수산책로 까지는 셔틀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몇십위안의 표를 받고 있었다.
포인트를 찍고 도는 관광객이 되는 게 싫어 그냥 걸었다.

다른 현지인들은 모두 셔틀을 타고가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약 1킬로 정도 되어보이는 길을 고산병을 겪고 있는 나 홀로 걸었다.

지나던 셔틀이 차를 세워 왜 걸어가냐고 표는 끊었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며 그냥 가라고 보냈다. 추웠다. 열을 내자고 뛰자니 호흡이 힘들고 ...

이 곳 호수는 이미 해발 3천미터 이상의 고지이다.



호수 가장자리, 즉 산책로 입구에 다달았다. 산책로는 나무로 만들어 걸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산책로 주변의 풀밭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어떤 짐승의 안식처임을 알 수 있었는데,
머잖아 집주인을 볼 수 있었다.
쥐만한 녀석이었는데, 꼭 햄스터처럼 생겼다.


약발 받을 시간도 되었건만, 컨디션이 무지 좋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흐린 날 때문인지,
호수 주변을 돌아 보는 나는 역시나 돈을 내고 들어오는 곳은
내게 그리 좋은 곳이 못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여행 -짜가나 마을  (0) 2017.07.16
중국여행-란무쓰, 데부현  (0) 2017.07.16
중국여행 -란저우에서 육로 출발  (0) 2017.07.16
중국 청도 - 환승비행기 기다리며  (0) 2017.07.16
중국여행 출발 전  (0)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