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영화 '얼라이드'를 보고

아르쎄 2017. 1. 17. 23:51

스포일러 있으니

영화 보실분은 읽지마세요.



얼라이드.

지난 주말 영화 '얼라이드'를 봤다.


시간적으로 제2차세계대전, 공간적으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십여년 전, 카사블랑카의 아름다운 음악에 반해
거리에서 CD로 사서 봤던 영화 카사블랑카와 배경이 같다.


과거 뜨겁게 사랑했던 여인을
머나먼 카사블랑카에서 만났지만 그 여자의 곁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나찌 스파이들이 쫓는 가운데,
그녀와 그녀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주인공과 그의 오랜 친구는 목숨을 걸고 그들의 탈출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영화 얼라이드는,
주인공 브래드피트가 사하라 사막을 통해 모로코로 잠입해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여주인공인 마리옹꼬띠아르와는 처음만나 서로 인사말을 나누기도 전에
남들 앞에서 스파이인 자신들을 부부로 속이기 위한 진한 키스를 한다.


나찌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어렵게 파티장에 잠입하여
예상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가는 길에 브래드피트는 마리옹에게 프로포즈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아이를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어느날 '마리옹이 가짜이며 스파이'라는 정보가 날아들고,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브래드 피트는 그것이 잘못된 정보임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브래드피트는는 그와 그의 딸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내를 직접 처리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스파이로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아내의 진심을 믿고
중립국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탈출을 위해 공군기지로 진입한 그의 가족은
군용기를 통해 탈출을 감행하는데..,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그녀와 그녀의 연인을 비행기를 태워 보기 좋게 탈출에 성공시키지만
영화 얼라이드에서는 그러하지 못한다.


그들은 결국 정보당국에 붙잡히고
이제는 그녀와 그녀를 도운 주인공 모두 처형될 운명에 처하게 되고 만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이 공항이었듯,
얼라이드의 (에피소드 외의) 실제적 마지막 장면 또한 공항에서 이뤄진다.


그녀는 뒷자리에 자신을 딸을 조용히 눕히고
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을 걸은 뒤 총부리를 자신의 턱에 대고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그걸보고 그녀 옆에 무너지듯 주저 않은 브래드 피트의 좌절한 표정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카사블랑카 음악이 내 귀속을 간지럽히는 동안
남이 된 옛 연인을 탈출시킨 뒤 껄껄껄 웃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의 모습과
죽어 쓰러진 연인의 곁에서 슬퍼하는 얼라이드의 주인공의 모습이
상충되는 듯, 조화되는 듯 서로 드러나고 가라앉고 하며 한동안 내 머릿속에 머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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