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할아버지의 안경

아르쎄 2016. 2. 6. 20:40

며칠 전 목요일 밤에는 오랫동안 고생해온 프로젝트를  결국은 밤 늦게서야 

완료한 직원들과 뒷풀이겸 술을 마셨다


덕분에 그 다음날 뿐만아니라 오늘 오전까지 두통을 겪어야 했다.


그날 밤 엄밀히 말해 그 다음날, 금요일 새벽 숙소로 돌아왔다.

장식장 위의 할아버지 안경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의 유품인 안경과 문패는 지금까지 어디로 가든  나와 함께 해왔었다.


언제 부턴가 작은 글씨를 보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취기에, 충전기 뒷면의 작은 글씨로 시력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발동했다.
눈을 글씨에 가까이 할 수록 글씨는 더 흐려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왔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할아버지의 안경을 집어들어 귀에 걸고는 다시 그 글씨를 보았다.


놀랍게도,
안경을 쓰고 보는 글이 육안으로 보는 글보다 훨씬 선명하고 잘 들어왔다.

나이를 먹고 노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할아버지의 안경이 내 눈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에,

이미 오래전에 내곁을 떠났고
이제는 잊혀질 법한 할아버지의 체온이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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