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우이동 삼각산을 그리며.

아르쎄 2015. 3. 13. 03:04

일욜새벽 산행은 주중에 찌든 피로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주중의 피곤을 늦잠으로 풀기도 하지만,
난 새벽 산행을 권한다.

 

다른 이의 발길이 아직은 오롯이 시작되지 않은 우둠이 밝아 오는 새벽 산을 오르면
도시의 일상과, 거래로 맺어진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저만치 던져버릴 수 있다.

 

몸이 피곤한 것은 그 불편한 엮임으로 인한 것일 것이다.

 

어렵게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 걷는 새벽산
정상에서 얻어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상쾌함.

 

그리고 베낭 측면의 주머니에 꽂아간 막걸리와
산 밑에서 새벽 등산객들을 위해 눈비비며 말아준
천원짜리 한줄김밥이 주는 그 맛은
육삼빌딩 전망좋은 레스토랑 10만원짜리 식단과
전혀 바꿀 생각이 없다.

 

산을 내려와서 먹는 우이동 해장국밥.
그녀와 또는 그와
호호 불어가며 먹던 콩나물 해장국.

 

애써 피로를 풀기 위해 침상을 뒤척이며 오전의 시간을 보낸
이들은,

인생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주말 오후에 단꿈에 빠진 나의 행복을 알려는지.

 

인도에 와서
가장 아쉬웠던 건.
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척박한 땅,
저녁이 되어도 갈만한 술집하나 없는 곳이지만
산, 산만 있었다면
내게 엮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산만 있었다면 이곳에서의 일생은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