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딸과 ‘7번방의 선물’을 보다.
딸과 하루 데이트를 약속한 까닭에 연휴 뒤 첫 평일은 새벽녘 출근했다가 오전 7시쯤 되어, 퇴근아닌 퇴근을 했다.
무작정 영화를 보기로 하고 극장으로 가기로 했는데 사실, 딸과 볼만한 마땅한 영화가 없었다. 딸은 아빠가 울지도 모른다는 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7번방의 선물’을 택했다.
영화는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 ‘대한극장’은 언제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날 도 그랬다.
12시쯤 도착해서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영화표를 끊고는 딸이 ‘오늘 특별히 땡긴다’는 돼지갈비 집을 찾다가 메뉴를 바꿔 부대찌개를 먹었다.
어느덧 영화 시작할 시간이 가까이 되어 부랴부랴 달려가자 영화는 이미 시작한 뒤었다.
예상했던 대로 아음 따뜻한 영화였다.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가장 어울리는 딸과 보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슬픈 영화를 볼때면 딸은 무작정 내 눈을 살피고 나를 조롱하곤 했었는데, 오늘 만큼은 딸도 그러지 않았다. 나에게 마음편히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려는지 내가 간혹 흐르는 콧물을 빨아들일 때도 딸은 내게 눈을 돌리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짓굿게 빤히쳐다보며 “아빠 울어?” 라고 물으며 생긋 웃었을 텐데.
영화는 내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딸에게 보여주려는 나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 했다. 영화에서 딸은 보호받아야할 약한 대상이 아니라, 어쩌면 아빠의 보호자로써 무엇보다 필요한 존재였다.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공허한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대상은 딸이다. 딸은 내게 딸일 뿐 만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요, 엄마다.
이미 딸은 올해 5학년이 된다. 자신만을 주장하지 않고 아빠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내 눈엔 이미 나와 대등한 독립체이다.
나는 딸을 의지하고 딸은 나를 의지한다.
7번방의 선물에 대해서 어색한 영화평을 서로 나누지 않지만, 나에겐 올겨울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그건 내 사랑하는 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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