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영화 '도가니'를 보고

아르쎄 2011. 10. 13. 16:30

 

화제의 영화 '도가니'를 봤다. 어차피 보게 될 영화 피할게 무어냐는 심정으로. 이런 류의 영화는 내용을 뻔히 추론할 수 있으며,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미 다 알듯하기에 큰 기대없이 다만 그 때의 그 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마치 다큐영화를 보는 심정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원본 소설 도가니를 읽어보지는 않았다. 공주병 걸린 공지영의 소설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기존 공지영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본 바, 그녀의 소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한 게 대부분이며 내용도 과거 자신과 같은 운동권들의 이 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이것은 공지영 자신의 이야기도 아니었고, 운동권들의 후담도 아니었다. 잊혀졌지만 잊혀져서는 안 되는 과거의 일을 과감히 사회 전체로 하여금 다시 고민하게 만든 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여전히 공지영 소설의 맥락을 이어간다. 우리가 존재하는 사회의 모순을 담아냈고, 우리 또한 모순 덩어리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때로는 그 모순에 동조하며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비판하며.

특별히 연출이 우수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 속 주인공의 심정에 동화된다. 그들처럼 고민하고 그들처럼 분노한다. 그건 이 영화가, 지어낸 소설이 아니라 벌어진 혹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불현듯 그 사건들은 내가 숨쉬고 있는 내가 속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얘기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눈물이 난다. 눈물은,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자 더욱 더 솟구친다. 자막마져 다 올라가고 스크린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의자에서 일어설 수 없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릴 수 없었던 것이다. 어두운 곳에 그냥 그렇게 앉아 있자니 도저히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없을 것 같아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 일어선다. 상영관 문을 나서기 전 다시 울컥 어깨가 들썩인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대충 추스르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벽면에 비친 내 눈이 충혈되다 못해 퉁퉁 부어 있다.

아이들의 아픔이 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들과 함께 분노한다. 그들에게 미안해진다. 나도 이런 사회에서 포함되어 그 폭력과 함께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역겨움이 밀려온다. 어쩌면 나 자신도 이런 모순된 현실의 방관자가 일수도 있고 심지어 가해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괜히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