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영화 '소스코드'를 보고

아르쎄 2011. 5. 24. 19:05

가끔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스코드는 그런 세계가 있다는 전제로 만든 영화이다.
단지 사람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것은 또 다른 세계의 나,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나와 관계 있는 사람과의 실제적인 만남이다.
예고만 보면, 열차사고를 막기 위해 타임머쉰을 타고 열차가 폭발하기 전으로 가서 사고를 막는 영웅의 이야기기로 할리우드식 SF 액션 영화의 전형일 것이라고 예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차원이 좀 다르다. 주인공은 슈퍼맨과 같은 초인적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었으며,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매번 8분전으로 가서 죽음의 고통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개인적인 미래가 있을 수 없는 절망뿐인 비련의 영웅이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모두를 구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 많은 평행세계 중 하나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다수의 생명을 구한 것보다 주인공 자신을 구원한 것에 있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간, 8분 전의 평행 세계에서 주인공이 이입된 인물이 죽어야 할 시간, 원래 세계의 주인공이 생명의 호흡이 멈추게 되는 시간에 영화의 주인공이 대역으로 현재하는 세계에서의 모든 장면은 멈춘다. 그것은 평행세계를 통과하는 장치를 만든 박사의 이론(양자역학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론)상으로는 현실적으로 없고 단지 뇌속의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세계이기에 주인공의 죽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세상이 그대로 정지해 버리는 것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주인공은, 스스로 부인하긴 했지만, 어쩌면 그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평행세계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여인과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영화는 잠시 동안 그 행복한 순간을 정지된 채로 보여준다. 이 짧은 장면에서 나는 스스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참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잠시 후 그 정지된 시간이 지나고 주인공이 다른 사람으로 있는 그 평행세계의 시간은 주인공이믿고 있었던 것처럼 다시 흐른다. 그들은 평행 세계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극장을 나서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영화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스스로 나에게 묻는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리고 또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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