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영화 '세얼간이'를 보고

아르쎄 2011. 8. 28. 11:48

누군가의 권유로 인도영화인 ‘세얼간이’를 보았다.
학업의 성취 수준보다, 명문대학의 졸업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대한민국이나 인도나 다를 바가 없나 보다. 교육환경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의 그것과 닮았을까? 오래되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영화 ‘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에 나오는 사회환경과 교육제도의 모순이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스토리는 우리가 뻔히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전개의 자연스러움과 작고 세세한 부분에서 위트 그리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인물의 설정 등은 과연 최상이라 할 만하다. 갈등의 고리 또한 결코 억지스럽지 않고 심각한 부분에서 조차 코믹한 요소를 끌어들임으로서 억지 눈물이라면 과감히 거부해 버리겠다는 듯한 고집스런 면이 있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하겠다.
주인공 란초는 진정 그런 모순된 현실을 깨트릴만한 영웅이다. ‘내 친구로 저런 인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영화내내 하게 된다. 영웅은 같은 방 룸메이트를 가정의 기대와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며 또한 기존 체제에 대한 우월적 확신과 권위로 가득찬 총장의 마음까지도 결국은 해방시킨다. 
비록 주인공의 설정이 너무 완벽해서 현실적인 면이 많이 결여 되긴 했지만, 오히려 리얼리티를 어설피 강조한 영화보다 더 리얼한 감동을 준다.
어쩌면 우리는 모순된 세상에 살면서 그토록 갈구해 왔던 영웅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데에 길들여져 왔을 것이다.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대에는 문학 작품에 영웅들을 등장 시키며 대리만족을 주어왔지만, 요즘엔 그러한 영웅이 허구의 세상에서도 좀체 창조되지 않고 있다. 물론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상업영화에서 부수고 깨고 망가뜨리는 비정상적인 영웅들이야 수없이 양산되긴 했지만….
아무튼 난 이 영화에서 내가 그리던 영웅을 만났다. 내가 맞딱드린 현실을 상대로 통쾌한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영웅. 그 대상 또한 패배 시켜야 되는 나쁜 누군가가 아니라 너와 나를 모두 피해자로 만든 현실의 모순인 것이다.  
‘알이즈웰’ 우스꽝스런 주문이지만 이 주문을 외면 마음이 밝아오고 그 감동에 눈시울 조차 뜨거워 지는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 란초가 내게 건 마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