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문이 열린다.
문 너머로 '신사역'이라는 역명표기가 보인다.
한 참 뒤 전철문이 닫힌다.
전철문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참, 여기가 내가 내릴 역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리기엔 이미 늦었다.
조금전 나는
옥수역에서 압구정역으로 향하는 철로를 타고
동호대교를 건넜을 것이다.
3호선에서 유일하게 지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내 출근길 동호대교를 건널 즈음은
요즘 같은 겨울날엔 일출 시간과 겹친다.
붉고 큰 태양이 아파트 숲 사이로 떠오르는 것을 볼 때도있고
구름을 뚫고 나오는 강열한 빛살을 볼 때도 있다.
그런 신비스런 광경을 볼 때마다
핸드폰 카메라로 나마 담으려 했지만,
잃었던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전철이 동호대교를 다 건너간 뒤다 .
하지만 오늘 난,
그런 광경을 보지 않았고,
그렇다고 졸지도 않았다.
지상으로 나와서 달리는 동안
교각 아래로 크게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한강물을 본 기억도 없다.
손에 들고 있던 책조차 펼쳐 보지 않은 채,
내 존재 조차 잊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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