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출근길 10/22

아르쎄 2010. 12. 22. 11:25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내려 회사로 갈 때,

거의 매번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이가 있다.

약간은 어리고 야위어 보이는 그는,

멀리서부터 쉽게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좌우로 몸을 심하게 움직이며 내 쪽으로 걸어온다.

 

얼굴엔 표정이 없으며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그는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말끔히 옷을 차려 입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길걸 보면

누군가가 그의 출근을 도와 옷을 입히고 머리를 손질해 주었을 것이다.

 

언제부터 장애를 갖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보살핌에 의지한 세월을 보냈을 테고,

사춘기 시절에는 자신의 장애를 자괴하여

때로는 부모님의 가슴을 후벼 파기도 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자

부모는 언젠가는 그가 자신들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아니 자신들이 그를 끝까지 돌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를 생존의 현장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의 일터를 찾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고

아들이 적응할 수 있을 곳을 탐색하였을 것이다.

 

오늘도

그의 어머니는 어리고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아들을 위해

단정히 옷을 입히고 머리를 손질하며

거친 세상에 대처하는 법을 일러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 앞까지 배웅 나가서는

차 조심하라.’ 따위의 의례적 인사말을 건네고

돌아서며 눈시울을 붉혔으리라.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오늘도 그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장한 표정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내가 방금 거쳐온 전철역으로 걸어 들어간다.

나 또한 그와 방향이 다를 뿐 삶의 같은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