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초롱이 실종 5일째

아르쎄 2020. 12. 8. 02:41


초롱이 눈을 고치고자 차에 태워 동물병원 갔다가 
 잃어버린지 5일째, 눈이 시원찮은 놈이 걱정된다. 

지금 밖엔 비가 내린다.
초롱이는 지금쯤 어느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까?

오는 길을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신뢰하던 내게 배반당했다고 생각하여 오지 않는 건지,
초롱이는 여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혹시나 녀석이 눈에 띄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며, 
하지만 사람을 피해다니는 놈의 습성상 그렇게 쉽게 눈에 띄이지 않을 것은
이미 짐작한 터였다.
 
녀석에게 마음이 이렇게 쏠릴 줄은 몰랐다. 

혼자 앉아 있으면 항상 내 무릎에 뛰어 올라, 애서 나를 부여 잡으며
안기려고 안갖힘을 쓰던 녀석.
내가 다리를 모아 편하게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면
언제까지나 내 무릅의 포근함을 즐기며 잠을 자던 녀석. 
 
어제는 커피룸 창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 
그 창문은 녀석이 밤에 잘 이용하는 통로이다. 
언제나처럼 아침이 되어 커피룸 문을 열면 녀석은 쪼르르 달려나와 
내 다리에 몸을 비벼 대기를 기대하며.
 
오늘 아침 
커피룸 문을 열었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딱 0.5초동안 기뻤다. 
그 고양이는 
초롱이가 그토록 구해를 해도 허락하지 않던 암컷 앙순이 였다. 
초롱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듯
어제부터 어려워하던 나한테 다가와 비벼댄다. 
그런 앙순이가 밉다. 
 
어떨 땐 녀석을 그리워하며 
눈물이라도 쏟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순수함을 나이가 되어서인지 
슬픔의 감정이 그렇게 북받쳐 오르지 않는다. 
 
남들이 간혹 내게 묻는다. 
외롭지 않냐고?
난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솔직히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외로움은 자신의 해야할 일을 다스리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롱이가 사라진 이후
느끼는 이 감정. 

이게 외로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