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다시 엄청난 모래바람이 현장을 덮쳤다.
내가 온 후로 벌써 세번째다.
처음 모래바람을 겪었을 때,
난 멀리서 소나기 구름이 몰려 오는 것으로 봤다.
'비가 막 쏟아지겠구나'했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구름은
구름이 아닌 흙먼지였던 것이다.
'소나기가 내리기까지 아직 약간의 시간은 있겠지' 하며 사무실로 들어오는 걸음을
조금 늦추었었는데,
가설건물의 불과 십여미터 앞에서 모래바람을 맞았다.
눈을 뜰 수가 없었고 뜬다해도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 십여미터를 걸어오는 데에 정말 한참의 시간이 걸린 듯하다.
오늘 불어온 흙먼지도 만만치 않았다.
거대한 바람과 함게 불어오는 흙먼지는 정말 대단하다.
요 며칠간 46도를 찍는 뜨거운 날이 계속되더니
뜨거워진 땅의 열기운으로 인해 불안해진 대기가 갑자기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킬 만큼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일하던 작업자들이 현장사무실로 대피했다.
현장사무실 내부 또한 시야가 흐려질 만큼 미세한 흙입자에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