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처서를 맞아

아르쎄 2011. 8. 23. 09:04

 

어젯 밤 창문을 열어놓은 채 잠을 청했었는데, 새벽녘 찬 기운에 제껴 논 이불을 끌어 덮어야 했다. 어제 저녁 소나기가 내리더니 그 비가 남은 더위의 잔당들을 쓸어갔나 보다. 출근 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니 처서라나. 선인들이 만들어 놓은 절기가 오랜 세월 경험과 관찰을 통한 것이지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새삼 확인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을 맞듯 어찌되었든 세월은 간다.

굳이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분명 10년 전 사진 속의 나의 모습과 현재의 나의 모습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차도 출고된지 벌써 10년째로 엔진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얘도 나이를 먹나 보다. 젊은 기운으로 기가 모여 생명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그 기의 구속력이 흐트러져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어떤 창조물이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20대에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하고 무혈혁명을 이룩한 리비아의 영웅(?) 카다피가 어제부로 사실 상 무너졌다. 뉴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게 반군(어제부터 언론에서는 시민군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의 승리인지 나토로 대변되는 서구 세력의 승리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모든 정보가 반카다피 세력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 뿐이지만 아마 백년 정도 후에는 오늘의 상황을 대략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객관적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그 수백 수천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 있지 않고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위치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세계경제가 심각하단다. 이젠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 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니,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구태여 따져본다면 역사 가운데 어디 최악이 아닌 날이 있었겠는가! 그나마 우리는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가장 배부른 날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

멈춰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매일 똑같이 흐르는 강물이지만 오늘의 물이 어제의 그 물이 아닌 것처럼 세상 또한 변한다. 그렇다고 변화에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거라는 긍정적 생각을 갖고 매일을 즐겁게 열정적으로 살고자 한다.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팔을 벌릴거야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야간산행  (0) 2011.10.08
가을아침  (0) 2011.09.07
내가 나이기 때문입니다.  (0) 2011.07.15
반지 파시는 아저씨 (귀이개 파시는 아저씨)  (0) 2011.07.15
점심시간 둘레길 산책  (0) 201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