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설국, 부안

아르쎄 2011. 1. 19. 15:14


산아의 담임인 잔디의 결혼식에 맞춰 미리 계획하여 친구가 있는 부안에 다녀왔다.
전주를 출발할 무렵, 눈은 쌓여 있지도 않았으며, 내리는 눈 또한 셀 수 있을 정도로 그냥 바람에 몇 발 날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부안에 도착하자 양상은 달랐다. 부안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으며, 물론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보다 더한 건 쌓은 눈이 바람이 불 때마다 눈보라를 일으켰는데 운전 중에 그 눈보라가 일어나게 되면 차를 정지하고 그 눈보라가 지나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불과 2~3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날렸기 때문이다.

친구와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고 늦은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어제 보다 더하게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온 산과 들은 흰 으로 덮여 있었는데, 마당에 눈을 치워 사람이 다닐 길을 내면, 이내 새로운 눈으로 그 자리가 덮였다.

11경에 아침(?)을 먹고서 가까운 곳에 가서 눈장난을 했다. 아이들이 무지 즐거워했다. 눈으로 덮인 세상은 소설 ‘설국’에 나오는 동네가 이쯤 되지 않나 싶었다.

 

 

 

 

 

 

 

내소사를 다녀왔다. 십여 년 전에도 전라쪽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무작정 내소사로 내려왔었다. 내소사는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단청이 칠해지지 않는 절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난 나뭇결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눈내린 내소사는 서울에서 많은 공을 들여서라도 다녀갈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싶다.

내소사에서 차 한잔으로 추위를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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