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담배를 피지 않는다. 20대 초반에는 담배의 호기심을 자주 느꼈었는데, 그 때는 술자리에서 담배 안 피는 것 자체가 창피한, 남자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내가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어렸을 때 형한테 했던 금연맹세 때문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담배를 피던 형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너도 함 두고 보자’는 말에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담배를 피지 않겠다’고 선언 했던 적이 있었는데, 담배의 유혹을 느낄때마다 ‘어렸을 때의 맹세를 끝까지 지켰노라’고 형앞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을 생각하며 과감히 그 유혹에 맞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담배연기가 달콤하던 시기가 가고 나니, 그 유혹이 서서히 불쾌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담배연기는 몸에서부터 부정적으로 반응하여 기침과 가래 ,심지어는 구토를 유발 시켰다.
사회 초년생일 무렵, 사무실에서 일하다 말고 구토를 하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모두 간접흡연이 원인이었다.
정말 큰 병이라도 얻을 지도 모를 불안감에 이 상황을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건설회사에서 선배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지라 금연 건의 한번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건강에 뚜렷한 이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 환경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생각했으나 입사 전 결혼을 했던 나는, 그 당시 뱃속의 아기와 아내를 부양해야 할 막중한 책임에 그 선택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일종의 시위였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출근한 나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일먼저 포스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금연관련 그림이나 표어가 있으면 이걸 소재로 편집하여 A4 용지에다 출력하여 벽면에 붙였다.
더 이상 붙일 공간이 없으면 제일 처음 붙였던 것을 떼고 다시 새 포스터를 붙였다. 그러기를 몇 달, 사무실서 담배를 피던 선배들은 나의 눈치를 보며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입주자 점검 지원 차 다른 현장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현장 사무실에서 내가 제작한 포스터 중의 하나가 벽에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 나의 그림을 가져다가 붙인 모양인데, 당시 그린 지 수년이 지난 그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무지 반가웠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야 과거처럼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는 일이 없겠지만, 만일 있다면 상황을 심각히 여기고 즉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 흡연의 폐해를 다룬 공익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흡연은 폭력 그 자체”이다. 1년에 20만명이 직장 내 간접흡연으로 목숨을 잃는 다고 한다. 당장 내 사무실에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없다 하여 이 무지막지한 살인의 가해자 대열에서 예외라는 생각을, 흡연자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길을 걸을 때, 바로 앞에서 담배연기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흡연자의 뒤를 따라가 본 적이 있는사람이라면 폭력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담배연기는 4천여가지의 화학 물질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 2천여가지는 발암물질이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키며.... 혈관을 축소시켜 심금경색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등 흡연의 피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무고한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또한 실제로 그런 엄청난 피해를 야기시키는, 선택의 여지없이 당신이 가하는 폭력을 무방비로 당하게 하는 그 흡연....
이제는 그 폭력을 그만 두어야 한다.
나는 호흡기가 다른 사람에 비해 좋지 못하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목이 칼칼하고 아파와 고생할 때가 많다. 특히나 담배연기가 있으면 아무리 소량이더라도 나의 기관지는 예외없이 이를 감지하고 반응한다.
나는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나의 지병과 관련하여, 나의 건강에 대해 사탕발림으로 걱정하는 한편으로 자신들의 기호라며 권리를 주장하는 주변의 흡연가들에게 자신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 인식해 주기를 진정 바란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길 10/22 (0) | 2010.12.22 |
---|---|
자다가 떠오른 잠재의식속의 기억 9/30 (0) | 2010.12.22 |
금연합시다. 7/16 (0) | 2010.12.22 |
아이들과 도봉산행 (0) | 2010.12.22 |
기도_다른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았을 때. (0) | 2010.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