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경험했다기 보다는 아마 언젠가 꿈에서 본 곳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10년전, 아니면 2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되었을지도...
기억이 만들어진 지 시간적으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조차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이다.
그런데 갑자기 익숙한 장소가 되어 떠 오른다.
먼저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자, 전혀 다른 또다른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은 내가 의식에 있는 동안은 생각나지 않았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된 꿈에서의 기억이 몇 십년이나 지난 후에 살아 있는 의식에서 떠오르는 것이 가능한 일일 수 있을까!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일어나 불을 켜고 기억을 정리해 본다.
1. 산에 대한 기억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인다. 나는 이산을 너무 잘 안다. 드물지만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통상 타지에서 방문하는 등산객들은 산 아래 마을을 통해 다리를 건너 이산을 오른다.
다리를 건너면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이 산의 입구를 상징한다. 이 등산로를 따라가면 정상이 나오는데 정상 아래에는 나무가 드물고 모래가 드러난 곳이 있다. 이상하게도 정상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려면 어떤 코스로 왔건 반드시 이곳을 거쳐가게 된다. 이곳에서 내가 알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던것 같다.
등산객들이 잘 모르는 다른 길은 산 중턱쯤에서 다른 길로 접어들어 완만한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다. 그렇게 예쁜 경치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길이지만 나에게는 조용하게 산행을 즐기기에는 딱 좋은 길이다.
또다른 길은 개천을 따라 한참 내려가면 있는데, 개천하류에는 수량도 제법 많아서 물과 산이 어우러진 경관도 괜찮다. 이쪽으로도 이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오르는 길이 제법 길다.
2. 동굴
또다른 장소가 떠올랐다.
이 장소는 아마 더 어릴적 꿈에서 나왔던 장소인 듯 하다.
아마 내가 어릴적 시골에서 꾸었던 꿈이었거나 아니면 고향을 떠나온 후 고향의 기억이 변형되어 나타난 장소가 아니었을까 한다.
고향의 어느 지점과 혼동되는데 의심나는 지역에 그런 곳이 있지는 않다.
제법 넓은 시내가 있고 산 계곡의 물이 이 계곡에 합류한다. 계곡이 넓은 시냇물에 합류하기전에 작은 소(웅덩이)가 있다. 이 소는 항상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데, 설악산의 선녀탕처럼 바위로 이뤄져 있어 멱을 감기에 안성맞춤이다.
소에서 물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물은 지표를 흐르는게 아니고 바위아래의 동굴로부터 흘러나온다. 물을 거슬러 동굴속으로 들어가면 점점 어두워 진다. 동굴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높이는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가는 정도인데 천정의 갈라진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아주 어둡지 만은 않다. 난 이 동굴이 좋다. 이 동굴은 밖의 밝음과 대비하여 내를 숨기기에는 안성 맞춤인 장소이다.
거의 확실하게(확실하게 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말할 수 있는 건 이건 현실의 기억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주 오랜된 꿈일까? 아니면 전생의 기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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