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형이 만들어준 매콤한 육회를 먹고, 조깅을 하고자 집을 나섰다.
투몬으로까지 내려갔는데, 육회에 놀랐는지 배가 아파왔다. 참고 뛰다가 더 뛰면 정말 힘들어질 거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바깥 세상을 경험하는 데에 차를 타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다르듯, 뛰면서 보는 세상과 걸으며 보는 세상도 마찬가지로 차이가 있었다.
달리는 동안 나에만 집중하게 되는 거친 호흡과 속도감은 아무래도 걸으며 보는세상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함을 느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게의 간판과 옥외 펍에서 공연되는 라이브, 그리고 가게 바깥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며,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주고 받는 대화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년전부터 혈압이 높아져 간혹 혈압계를 사용한다.
멀쩡한 듯 하다가도 그 장치를 팔에만 두르면 가슴의 두근 거림이 크게 느껴진다.
혈압계가 알려줄 수치에 대한 두려움이 원치않는 아드레날린을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럴때 반야심경을 왼다. 반야심경의 구체적인 뜻을 잘은 모르지만 대략적인 의미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함이다.
언덕을 올라와서 K마트 앞을 지나 걷다보면 저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펼쳐진다.
펼쳐진 투몬의 야경을 보며 걷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젊은 시절 한때 저런 도시의 야경을 보며 꿈을 꾸었다. 좋게 포장하려 해도 궁극적으로는 물욕에 대한 꿈이었을 것이다.
크게 성공 즉 부를 거두고 나면 언젠가 멋진 일들을 할 것이라고.
쉰을 넘어 그 성공의 문턱 언저리에도 이르지 못한데 대한 자조를 하려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부를 이룬다는 것은, 멋진 일 그러니까 진정한 꿈과은 다른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부를 이루고 싶은 것은 그게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서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수단이 어떤 목표치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
"10억 이면 될려나 아니 100억? 100억이 있으면 정말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며 나도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이왕 벌거면 아예 1000억 아니 조를 벌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을텐데. "
결국 수단의 목표치가 없던가 있다한들 그 이룬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부족에 아쉬워하는 것이 대부분의 삶인 것이다.
결국은 원래의 궁극적인 소망은 이행할 기회를 잃은 채 꿈으로만 남게 된다.
60세, 70세에도 그 이후에 소망을 이룰 여생이 있을거라는 착각으로 수단의 레일위에서 내려 오지 못하다가
부를 이룬 정도에 관계없이 꿈은 꿈으로 저물고 마는 것이다.
이해의 근처에 이르기도 힘들지만 근래에 양자역학에 매료되었다.
양자는 시공을 초월해 움직인다고 한다. 빛보다 빨리 아니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이 세상의 모든 곳을 왔다갔다 하다가,
어느 한순간, 즉 내가 인지하는 순간(시간을 한정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지 밖이기 때문에 달리 표한할 말이 마땅치 않음에 그냥 순간이라고 해본다.)에
한 곳에 모여 별이 되고, 달이 되고 내가 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양자들이 그 모이는 한점 또는 한순간에 위치하게 되면서 서로 얽혀져 만들어진 세상에 얇은 레이어와 같은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다른 순간(차원)에도 또다른 양자의 일시적 집결이 새로운 우주의 시간라인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부처가 연꽃 한송이를 가만히 들자 그 의미를 알아챈 제자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는 얘기처럼.
색불이공 공불이색이며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 외에 달리할 표현이 없다.
나의 존재, 나를 둘러싼 우주가 수억만의 억만 겁의 레이어 한장에 지나지 않을 진데,
어찌 존재조차 불분명한 미래의 허망 꿈에 현재를 부정하며 살 것인가.
현재를 아름답게, 진실하게, 그리고 사랑하면서 살아야 겠다.
설레임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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