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0720 델리나들이 _Cervantes Institute

아르쎄 2014. 7. 31. 02:01


오늘은 인도에 온 후로 가장 맑은 날이었다.
높은 하늘은 파란 빛이 감돌았고 뭉게구름이 이쁘게 떠 있었다.

인도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맑은 날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쩌다 하늘이 약간 푸른 빛이 돌긴 하더라도 그 빛깔은 그리 맑지 못하다.
지평선 저 끝은 항상 흙인지 먼지인지로 인해 파란색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처럼 기대하기 힘든 맑은 날을 맞게 되니 한국의 하늘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 뜨거운 햇살과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만 없다면 더 좋을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 어젠 일요일이었다.

어제도 델리 나들이를 나갔었다.
숙소를 나서기전 전 문자로 소라야와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4시가 넘어야 시간이 된다고 했다.

먼저가서 혼자서 시간을 때울 생각으로
10시반 넘어서 집을 나섰다.

 

오늘은 버스대신 기차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앞에서 오토렉샤를 탔다.
먼저 한 사람이 타고 있었고 나는 두번째 손님으로 합승을 했다.
가는 길에 운전사는 한 사람을 더 태웠다.
로탁역에 내리자 오토기사는 내게 운임으로 10루피를 요구했다.
우리돈으로 170원정도 밖에 안되는 돈이었다.
델리 같았으면 더 요구했을 텐데, 확실히 시골과 서울의 순진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델리에서는 외국인이 봉이었다. 일단은 세게 부르거나 알아서 달라고 한다.

하긴 비싸다하더라도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그야말로 '껌값'수준밖에 안되는 돈이다.

 

 

 

<로탁 Rohtak 역>

 

기차 역앞은 붐비는 재래 시장이었다.
표를 끊으니 20여분 시간이 남아 시장을 구경하다 기차에 올랐다.

기차엔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폭은 한국과 비슷한 크기인 거 같은 데, 복도를 기준으로 한쪽에 세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었고,
반대쪽에는 우리 지하철 처럼 길이 방향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좌석에서는 앉아 있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등 별로 다른 사람에 개의치 않아 하는 분위기 였다.

또 좌석 위에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좌석(?)이 있었다.
위쪽 좌석엔 주로 젊은이들이 올라가 있었다.

 

위쪽 좌석에 빈자리가 있어서 그리로 올랐다.
앉아서 아래를 내려 보다가 아래쪽에 누워있는 아낙네랑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이 쪽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무안해서 이쪽에서 먼저 눈을 돌리고 다른 젊은이들처럼 누웠다.

열차안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긴 했지만 내겐 여전히 더웠다.

그렇게 가면서 의식적으로 몇 정차역을 세다가 잠이 들었는데,
한 정차역에서 눈은 뜨니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고 몇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가 여디냐고 물으니,
내 물음을 대충 짐작한 이가 '뉴델리'라고 말해 주어서
허겁지겁 짐을 챙겨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대략 2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버스나 승용차나 대략 비슷하지만, 시간상 편리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열차가 나을 듯 싶다.

<델리역>


'어디로 갈까?'
도착한 시간은 1시 20분 경.
4시전까지의 계획은 전혀 없이 나왔다.


오늘은 만사가 귀찮아 시원한데서 쇼핑이나 하던지 하자는 생각으로
칸마켓으로 향했다.
전철을 타고 칸마켓 역에서 내렸다.
원치않은 길안내를 자처하는 이로부터 칸마켓은 일요일은 완전히 문을 닫는 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일요일엔 식당만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걸어가서 식당구경(?)만 하고 온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철을 타고 약속장소 근처인 코넛 플레이스로 갔다.
코넷 플레이스는 그런대로 쇼핑하기가 괜찮았다.
한국과 비슷한 상점이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둘러져 있다.
또한 그 뒤와 주변으로 재래 시장도 즐길 수 있다.

<코넷플레이스 뒷골목의 원숭이들>


인도의 십대 녀석들이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길래, 같이 놀아줬더니
끝내 떠나지 않고 귀찮게 했다.
그래서 조금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서 보내버렸다.

 

그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약속시간이 되었다.

Cervantes Institute는 바로 코넷플레이스 근처 스페인 대사관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페인 문화원 같은데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명록을 적고 입장하는 것을 따라 나도 들어갔다.
소라야는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는 "칙쵸와 라티(?)"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쿠바의 피아니스트와 가수를 소재로 한 영화로 사랑하는 남녀가 작은 오해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많은 세월이 흐른후에 다시 재회한다는 얘기이다.
보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들이 헤어짐을 안타깝게 했다.

사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은 계기로 남녀가 만나게 되고 아주 작은 사소한 오해로 서로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강당을 나와자, 소라야가 그곳의 스페인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오려고 했지만,
소라야는 그들에게 잡히는 신세.

먼길을 와서 영화 한편 보고 그냥 헤어지게 되었지만
구태여 누굴 만나지 않더라도 이국에서 혼자만의 나들이도 나쁘지 않다고 자위했다.

 

오는길엔 카슈미르게이트 역에서 내려 종합환승센터(ITBT)에서 로탁행 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차시간은 20~30분 간격으로 있었고 rohtak까지 오는 시간은 두시간 조금 넘어 걸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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