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종이줍는 할머니를 보고

아르쎄 2011. 3. 18. 14:05

출근길 강북구청 옆길 이면도로로 걸어가다 보면 거의 매일 종이를 수집하는 할머니들과 마주친다. 어젠 지나가는 나에게 무거운 종이자루를 들어달라는 부탁을 했고 얼마 전엔 수레에 짐을 실어달라 부탁하기도 했었다.

 

할머니들은 그들의 소중한 수집물에 대한 애착이 너무 지나쳐  거리에 떨어진, 팔아야 1원도 되지 않을 찌라시 한장을 놓고 싸우기도 한다.

 

하루는

재활용 통에서 쓸만한 종이들을 추려내는 할머니에게 다른 할머니가 와서는 벌써 자신이 찜해 놓은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한다.

재활용 통을 뒤적이던 할머니는 별 저항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던 할머니는 상대 할머니가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욕설을 퍼 부었다. 그러면서 그 물건이 자신이 얼마나 공들였고 언제 부터 찜해 놓은 지에 대해서 허공에다 대고 수없이 쏟아냈다.

 

내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그 할머니들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것이었나 보다.

그런 모습이, 할머니들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삶의 방식 때문인지,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을 위한 용돈 때문인지, 그 분들의 인간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저 분들보다는 지금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풍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내 삶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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