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출근길 10/26

아르쎄 2010. 12. 22. 11:48

날씨가 춥다.

아침 출근길에 어제 입은 얇은 가운을 입고 나온 터였다.

두꺼운 외투를 입기 위해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를 한참 고민하다,

좀 참자결심하고는 그냥 나왔다.

 

그러고는 한참 뒤

후회했다.

에이,  옷 갈아 입고 나올걸.”

 

내일은 정말 두꺼운 옷을 입어야겠다.’  

 

여름이 지난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추위를 맞는 게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입고 있던 반팔와이셔츠를

긴 소매의 옷으로 갈아 입힌 가을이

내게 겨울을 맞을 준비를 시킨 모양이다.

 

전철역까지 추위에 떨며 걷는 동안

과거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11월초, 정확히 11 3. 때이른 서리가 내렸다.

(해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날짜만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영하의 날씨에 얇은 추리닝 윗도리만을 걸친 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갔다.

귀는 시려 찢어질 듯 하였고,

손엔 목장갑을 꼈지만 찬 바람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 추위를 겪으며 학교에 갔을까?

 

그때는 지금 보다 사는 게 불편하고 많이 어려웠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워 지는 건

 

그것은

너무나 그리운,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였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편리하고 풍족하여

과거에 비하면 아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살아가지만

가끔 가슴이 공허함을 느끼는 건

그런 추억에 대한 그리움,

시간과 함께 사라져 버린, 받는 사랑의 포근함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가 한다.

 

추위에, 삶에 대한 책임감에

눌려있던 어깨를 펴고

발걸음에 억지로 힘을 주어 걸어본다.

이제부턴 사랑을 나주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자고 다짐하며.

 

눈 덮인 고향의 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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