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른 아침 사무실에서

아르쎄 2012. 5. 17. 06:22

이른 아침이다.
시계를 보고 늦었다 생각하고 서둘러 달려나왔는데,
왠지 인적이 다른 날 보다 덜하다.

 

이상해서 시계를 보니,
"아차". 한시간을 일찍 본거였다.
어쩐지 모닝콜이 울리지 않았다 했다.

 

어제 마신 술에 시간감각마져 묘연해 진 모양이다.

 

어쨌든 사무실로 나왔고,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보지 않은터라,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
자리가 불편했고, 이미 달아나 버린 잠은 생각처럼 다시오지 않았다.

 

어젠 몇 년 전 내가 모시던 분과 술자리를 가졌었다.
한 때 그분이 만나던 사람들은 잘나가는 대기업 사장님들과 임원들, 그리고
장관님들, 때론 해외의 국빈들이었다.

 

올해초 회사에서 보직해임되고 스스로 사표를 쓰신 그분은
그날 오히려 표정이 밝았다.

삶을 돌아보고 스트레스에 메이지 않다보니
신체의 모든 수치가 젊은 사람들의 정상적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과거엔 밭에나가 일하는 게 삶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상사의 불만어린 지시를 들어가며
성과를 독촉받으며 사는 게 현재의 생존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서서히 해가 떠오고
새하루가 밝아온다.
밝아오는 하루는 희망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우리같은 머슴네 인생에서는 고난의 시작이다.

밝아오는 여명 만큼이나 하루를 준비하는 마음 또한 무거워진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저만큼 밀어내고
삶의 속박에 매여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보내고 있지나 않은지
내 인생. 삶의 소중함을 스스로 묻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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