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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행정관 ‘디도스 공격 주도’ 의혹>갈수록 번져가는 ‘디도스 배후’ 의혹… 그 끝은 어디인가

아르쎄 2011. 12. 19. 18:47

국회의원 비서 1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사조직, 거기에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의 청와대 행정관이 좌장으로 있는 모임 '선후회(先後會)'.

이 정체불명의 사조직에 속해 있는 주요 멤버들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정황들이 속속 발견된 데 이어, 이 모임이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한 의혹까지 불거져 이 모임의 정체와 역할에 관심이 증폭된다.

특히 좌장격인 박모(38) 청와대 행정관이 주도해 사건 하루 전인 25일 모임 멤버인 다른 의원 비서들 3인과 저녁식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 개입' 의혹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여론 조작에 능숙한 인물로 알려진 박 행정관이 좌장으로 있는 이 모임과 청와대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따르면 박 행정관은 10월25일 저녁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모(30)씨와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34)씨,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35)씨 등을 만났다. 만약 디도스 범행에 '배후'가 있다면 이 자리에 참석한 인물들이 배후를 캘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검경과 정치권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박 행정관은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식사비 21만원은 박 행정관이 계산했다. 이어 의장 비서였던 김씨는 중앙선관위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직접 실행한 업체 대표 강모(25)씨에게 공격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씨 등과 2차 술자리를 26일 새벽까지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태권도 선수 출신의 박 행정관이 이 모임의 좌장이었고, 선배와 후배의 모임이란 뜻에서 선후회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후회 회원들은 스포츠를 전공했거나 선수로 활동한 운전비서 경력자들이란 점이 특징이다.

선후회 멤버 대부분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김씨가 진주에 있던 공씨에게 의원 비서직을 소개해준 것처럼 지연 등을 고리로 한 모임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행정관은 총리실에 있다가 청와대로 가면서 3급으로 승진했는데 그 축하 모임 성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경찰이 의장 비서 출신의 김씨에 역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박 행정관의 '역할'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측은 박 행정관이 선후회의 좌장이자 청와대의 주요 보직에 있는 행정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행정관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청와대라는 점뿐 아니라 인터넷 여론조작에 능한 인물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이 부분을 정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문화일보|음성원기자|입력 2011.12.19 12:01|수정 2011.12.19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