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전혀 외롭지 않을 것 같았던 날

아르쎄 2011. 3. 4. 10:56

 

아무리 나 아닌 외부적인 것들로 인해 상처받지 않으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내부와 외부가 어디 따로 놀 수 있겠는가.

내 몸을 이루는 이와 기, 혼과 백이 우주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의 응결체에 지나지 않을진데, 어찌 나의 내부가 따로 있고 외부가 따로 있을 것인가.

 

아픔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이별임에도 내 마음의 흔들림은 거기에 머물렀으며 평정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가는 가슴 한 곳의 허허함은, 애써 잊으려고 딴청 피워도 보고 발버둥도 쳐보지만, 빠져 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욱 조여 드는 지난 날 내 손목을 감았던 쇠스랑처럼, 나의 가슴속에서 더욱 커지는 듯 하다.

 

한 동안은 그 공허함에 멍해지고 일상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뇌 호르몬 분비의 비정상에서 나오는 단기적 현상일 뿐이며 언젠가는, 강남에서 멀리 인수봉이 보이는 정오의 어느 맑은 날처럼, 내 마음도 개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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