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친구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나가서
소주잔 나누고 헤어지니
자정 무렵이 되었습니다.
밤늦은 전철역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인적 없는 길에는
가로수 은행잎이 바람에 날렸습니다.
그 밤에 은행나무 아래서 은행을 줍는 사람도 있더군요..
나도 고개를 숙여
은행 대신 은행잎을 주웠습니다.
한 때는
곱게 물들어 떨어진 단풍잎에 가슴 설레어 하며,
주워서 조심스레 책갈피에 끼워 말리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떨어진 은행잎을 무심히 밟고만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어젯 밤, 바람이 많이 불고,
은행잎이 그 바람에 마구 날리고.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손을 주머니에 깊게 찔러넣어야 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나는 은행잎 줍던 그 시절 옛 기억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주워온 은행잎을 책갈피에 곱게 끼워 넣었습니다.
은행잎이 마르면
먼저 댓글다는 사람부터 하나씩 선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