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포트, 꿉뜨미나르
지난 일요일 아침.
출근을 하지 않고 아침을 맞는 첫 주말 이었다.
오늘은 당초 마음먹은대로 혼자서 델리에 가볼 요량으로 숙소를 나섰다.
마을 앞 로터리에서 버스에 올라 탔다. 버스는 바로 가지 않고 로탁 시내를 막 벗어나서 정류장에 한참을 머물렀다.
버스 정류장에서 빈자리가 나서 앉았더니 한참 뒤 어떤 여자가 내게 와서 뭐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리를 비켜달라는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자리를 비켜주고 일어났더나 그 새 다른 사람들이 빈자리를 모두 차지해서 난 앉을 데가 없었다.
맨 뒤에 가서 서있는데 차장(표받는 사람)이 앉을 자리도 없는데도 구태여 앉으라는 것이다.
맨뒷자리에 궁둥이를 겨우 끼어넣어 앉긴 했으나 너무 비좁고 불편했다. 옆에 한 꼬마가 앉아 있었는데, 아빠로 보이는 사람한테 이 애를 안고가면 안되겠냐는 의사 표현을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하여 아이를 안고 한참을 갔다.
인도의 들판 풍경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렇게 '문드가'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탔다. 전철로 두번 갈아타서야 차드니촉역에서 내렸다. 지도상으로 1km 정도의 거리를 확인했지만 도무지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사람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전철에서 나와서 가는 동안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쭉 좌판이 벌어져 있었다. 큰길로 나오니 오토릭사 기사들이 '레드포트'를 외쳤다.
큰 사원이 보였는데, 머리에 수건 같은 걸 두른 사람들이 많은 걸 봐서 시크교 사원임에 틀림없다. 그 곳에서 물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물을 받아 마시고 있었다. 아마도 물을 먹는 행위가 종교적인 의식인듯 하다. 어떤 이는 배닥에 흘러가는 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기도 했다.
큰 길로 나오니 길 저 끝에 붉은 성처럼 생긴 건물이 보였다. 의심할 거 없이 바로 레드포트임을 알 수 있었다.
레드포트로 가는 동안 쭉 시장길이 이어져 있었다. 내게는 이 시장이 더 흥미로울 거 같았지만, 일단은 인도에 온 이상 명소 산책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레드포트로 향했다.
붉고 거대한 성이라는 거 외에는 내 마음에 별로 와 닿은 게 없다. 그건 아마 인도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레드포트에 대해서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내 지식의 한계가 내 인식을 한정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성 안으로 들어가자 긴 터널 같은 건물을 지나는 동안 인상깊은 장신구 가게들을 만났다. 사랑하는 여인이랑 같이 갔었다면 반드시 그 중 한가지는 선물했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 돌아갈 때를 생각하여 미리 사둘 생각을 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휴가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어 그 시간동안 다시 찾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또한 사 놓은 물건을 오랫동안 보관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쇼핑터널'을 지나고 트인 공간을 지나자 얘기치 않게 표를 받는 관문이 나왔다. 다들 표를 내고 들어가는 데, 난 어디서 표를 사는 지도 모르고 들어왔던 것이다. 물론 요구하면 거기서 현금을 내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안이 그렇게 매력적인 장소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레드포트를 나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떼우고 시장 뒷골목의 좁은 골목길을 배회하며 인도를 느끼다가 다시 전철역으로 돌아갔다.
꿉뜨 미나르 역에 도착하자 역시 첨부터 반겨주는 이는 오토릭샤였다.
시간을 끌기도 귀찮아 흥정도 하지 않고 뒷자리에 앉았다. 얼마냐고 물으니 쇼핑몰과 꿉뜨미나르에 모두 데려다 주고 50루피라고 했다. 나는 좋다고 했다.
구태여 내가 요구하지도 않은 장소에 왜 가는지 짐작한 바가 있었지만 구태여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도착한 쇼핑몰에는 안에서부터 많은 종업원들이 환대해주었다. 그 곳에는 기념품 및 옷 천 등을 팔고 있었는데, 이런곳에 관심이 없는 나는 5분도 안되어 휙 둘러보고는 종업원과 뭔가 긴밀한(?) 얘기를 나누는 기사한테 꿉뜨미나르로 가자고 재촉했다.
꿉뜨 미나르는 원래 힌두교와 자인교 사원이었는데, 이슬람 세력에게 정복당한 뒤 이슬람의 승전 기념으로 첨탑과 사원을 세운 곳이라고 한다.
12세기에 지어져 델리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 중 하나로 기록되어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꿉뜨미나르는 높은 탑과 남아 있는 오래된 사원 건축물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저번에 갔던 하우즈가스와 비스한 분위기라고 할까.
내부를 거닐다 셀카를 찍는데 시크 교도들이 나를 불렀다. 같이 사진을 찍짜고. 과거, 수학여행 가서 외계인(?)보면 같이 사진 찍자며 달라붙었던 그런 분위기가 떠올랐다.
나무 그늘진 잔디밭에 앉아 저 건너편에 앉은 인도의 미녀를 곁 눈질로 흘끗 보기도 하며 한가한 시간을 만끽했다.
꿉뜨 미나르를 나와서 시원한 것을 마시고 싶었으나 마땅한 가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음료수를 파는 노점이 보이긴 했지만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워 썩 내키지 않았다.
한 가게에서 생과일쥬스를 팔고 있었다. 망고 주스를 사먹었는데, 달달한게 꽤 괜찮았다. 시원한 파인애플 주스를 한잔더 시켜 먹고는 오토릭샤를 탔다.
호객하는 릭샤에 바로 타서 가격을 물으니 100루피를 달랜다. 내리려 하자 60루피를 부른다. 흥정않고 그냥 내렸다. 바로 다가온 릭샤에게 물으니 40루피만 달라고 한다. 그 릭샤를 타고 전철역에 내려 10루피를 팁으로 더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