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삼각산행
현장 생활에 쉬는 날이 많지 않다.
지난 5월1일, 황금같은 봄날 휴일이지만 그날은 어떤 약속도 없었다.
바쁘던 일상에서 찾아온 여가는 내 마음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봄날 아름다운 날씨를 벗하여 동네의 가까운, 그렇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삼각산을 오랜만에 오르고자 마음 먹었다.
삼각산 진달래 능선을 오르는 길은 크게 우이동 도선사 길 초입에서 오르는 길과, 우이동 솔밭공원길, 그리고 4.19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4.19에서 오르는 길은 다시 아래서 부터 백련사 계곡으로 오르는 길, 운가지킴터로 오르는 길, 아카데미 하우스로 오르는 길로 나눠진다.
아카데미 하우스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백련사 코스를 통해 진달래 능선을 오르는 길이다. 나는 이길로 가다가 중간에 사람이 잘 안다니는 샛길로 빠져나가, 솔밭에서 올라오는 보광사코스를 통해 능선을 오르는 길을 주로 이용한다. 진달래 능선에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도 이 코스를 이용해서 진달래 능선을 올랐다. 한 보름정도, 아니면 적어도 일주일 전에 올랐다면 봄의 전령인 진달래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그런데, 능선을 오르자 전혀 기대하지도 못했던 진달래를 만났다. 산등선이라 아래쪽 보다는 낮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서였을까 산위에는 때늦은 진달래가 능선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화사하게 핀 산벚꽃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진달래 능선은 적당한 보폭을 유지하고 걸으면 우로는 삼각산의 삼봉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좌로는 서울의 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진달래 능선의 끝은 대동문이다. 대동문에서 남쪽으로 가면 보국문을 거쳐 대남문으로 능선길이 이어지고, 북쪽으로 가면 용암문을 거쳐 만경대를 돌아 백운대 앞의 위문으로 이어진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오후에 가볍게 산행할 거리로는 좀 멀다. 미리 예정했던 대로 난 '화장실'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길을 따라 10분정도만 내려가면 어느덧 계곡물소리가 들리고 수량이 많아진다. 바로 위에는 임진왜란 후 왕이 난리를 대비하여 전시에 궁궐로 쓰기 위해 지었다는 행궁지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구었다. 바위에 누워 눈을 감고 맑은 물소리와, 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의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은 찬물을 오래 견딜만한 계절은 아니지만 내리쬐는 햇살은 물에 담긴 발을 돌아 차가와진 내 피를 다시 데울만큼 따뜻했다.
산을 오르기전 베낭에 넣어온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대자연이 주는 에너지로 내 몸을 충전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그곳에서 머물다 다시 대동문을 돌아 백련사길을 따라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