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나눈 삶과 죽음의 이야기
어젯밤 잠자리에 들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제 엄마랑 같이 자던 딸아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난 또 제 엄마랑 싸웠나 하고 생각했는데,
딸은 죽는 것을 생각하고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일단은 아이를 한동안 안고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천당과 지옥 같은 사후 세계 이야기는
해 봤자 아빠도 믿지않는 이야기라는 것을
딸은 뻔히 안다.
그런 얘기로는 딸의 마음을 달랠 수 없으며,
딸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빠 역할에 대한 이해이지 동정일 뿐이지
내 이야기에 대한 진정한 동의가 아닐 것이다.
난 어떻게 딸이 죽음의 공포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지
고민했다.
전에 나는 죽은 후에는 원래 왔던 곳, 즉 태어나기 전에 내 존재가 없던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아이가 내가 한 얘기를 기억해서 하고는 그래도 무섭다고 했다.
난 삶을 아름 답게 산다면 죽음의 공포를 이길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남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한 이들의 얘기를 했고
그들은 결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음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라고 얘기했다.
어젯밤에도 딸아이는잠자리를 챙기던 나에게 와서는 뜬금없이 이렇게 물었었다.
"아빠 어차피 이루지도 못할텐데, 왜 사람들은 꿈을 꾸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했지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얘기했다.
하지만 나 조차도 쉽게 확신이 서지 않는 얘기를 아이가 믿도록 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믿고 있는 만큼만 얘기하기로 했다.
"산아야, 꿈은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다.
나도 꿈이 있었지만 구체적이지 않았고 간절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네가 보기에도 아빠가 꿈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일테지,
하지만 아빠는 이루어진 꿈이 하나 있지.
아빠는 어렸을 적 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했단다.
그래서 큰 돈을 들여서 페러글라이더를 샀지.
물론 그건 누구나 당장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해.
하지만 아빤 늦게서나마 꿈은 간절해야 하는 것이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지.
많은 다른 사람들도 꿈을 꾸지만 쉬이 나서지 못해 결국은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지.
산아야, 어쩌면 네가 지금 바라는 만큼의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
사실 알고 보면 뭐든 목표를 이루고나면 시시해 지고 말거든.
마치 니네들이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어, 아빠를 조르고졸라서 결국 갖게 되면
오래 안가서 실증나는 것처럼.
오히려 갖고 싶어 안달해 있을 때가 설레이고 기대되지.
원하는 네 꿈을 이루더라도 더 높은 꿈을 이루려고 하는 노력이
삶을 아름답게 한단다."
나는 어제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아이에게 상기시키며,
꿈은 삶에 대한 기쁨과 행복을 선물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결국 죽음의 두려움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딸아이의 조숙한 고민으로 인해,
나 또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딸아 고맙다.
아빠에게 잊고 있던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줘서.
그리고 아빠에게 마음속 얘기를 편하게 해 주어서.